[빅토카츠] 사랑의 인사 (원고용 일부공개)
[바이올리니스트 유리x피아니스트 빅토르 au]
-빅토카츠기반
-캐붕 주의
-'어렸을 때부터 천재 피아니스트로 유명세를 떨치던 빅토르와 실력은 있으나 멘탈이 약해 뜨지 못한 무명의 바이올리니스트 유리' 라는 설정.
-음악 쪽 알 못
-원래 회지 원고용으로 쓰던 것 일부공개
-전체공개 여부는 아직 결정 안났습니다...;;;
-
포스터가 벽 이곳저곳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방안에서 날카로우면서도 애잔한 바이올린의 선율이 울린다.
눈을 감은 채 현 위로 활을 미끄러트리던 흑발의 청년은 잘나가다가 갑자기 엇나가버리는 음에 흠칫 몸을 떨며 연주를 멈췄다.
하아..안되네..., 한숨소리와 함께 청년의 붉은빛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시금 켜보기 위해 어께에 바이올린을 얹는 순간, 노크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한 여성이 들어왔다.
"유리, 연습도 좋지만 밥 먹고 해."
"아, 응..알았어, 마리누나."
유리라고 불린 청년은 어께에 얹었던 바이올린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제 누나를 따라 방을 나섰다.
나의 이름은 카츠키 유리(勝生 勇利), 올해로 23세인 일본의 성인남성이자,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이름 없는 바이올리니스트이다.
태어난 곳은 일본의 큐슈, 하세츠. 바다를 낀 시골마을에서 온천여관 '유토피아 카츠키'를 운영하는 집안인지라 내가 음악과 연을 맺을 일은거의 없을 터인 이곳에서, 난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했다.
내가 음악을 시작한 계기는 6살 때 우연히 보았던, 이미 10세의 나이에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한 한 천재피아니스트의 연주동영상을 보게 된 것.
연주를 들음과 동시에 그 피아니스트를 동경하게 되어, 언젠가 그와 합주를 해보고 싶다는 꿈 하나만을 끌어안고..음악을, 그중에서도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내가 음악을 시작한 계기를 듣게 된 사람들이 항상 '왜 그 수많은 악기 중에 하필 바이올린이냐?' 라는 질문을 던져오지만, 아직까지도 대답은 '나도 모르겠다.' 이다. 단지 바이올린의 선율이 좋아서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확한 대답은 나또한 알지 못한다.
그저 언젠가 그와 같은 무대에 서서 연주를 해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그의 뒤를 쫒으며 열정적으로 바이올린에만 매달려 연습에 매진하다보니, 나도 모르는 새에 중고등학교 시절엔 국내 콩쿠르를 휩쓸고 다니며 바이올린계의 유망주로 불리고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추천으로 나간 해외 콩쿠르에서는 매번 순위권내에 들지 못하고 번번이 실패해왔다.
안 그래도 연약한 멘탈이 해외 콩쿠르에 출전한 다른 연주자들에게서 풍기는 위압감과 열의, 입상하지 못하면 기대를 져 버리게 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한 프레셔를 이기지 못했던 것이 그 이유.
계속되는 실패로 선생님들은 점차 내게 기대를 걸지 않게 되었고 나는 그저 그냥저냥한 이름 없는 바이올리니스트인 채 그대로 성인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유리."
"응?"
"이번에 연주앨범 냈지? 수고했어, 고생했네."
"별로....어차피 잘 팔리지도 않는 거 왜내나 싶긴 하지만.."
"너 그거 미나코 선생님이 들으면 엄청 화낼 발언한 거 알고는 있어?"
"알고 있어.."
분명 화내실 테지...판매량이 아니라 팬들의 반응을 신경 쓰라고..선생님은 대 팬 중 한분이시니까..
연주앨범을 아예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같은 곡이라 할지라도 연주자 개개인이 곡을 해석하고 연주하는 방법이 다르듯 듣는 사람들도 같은 곡을 듣더라도 취향에 맞는 연주방식이 따로 있다. 내 연주방식은 그다지 알아주지는 않지만 소수의 마이너 팬 층의 요청에 의해 간간히 연주앨범을 내고 있었다.
수입도 얼마 되지 않는데 아직도 바이올린만 붙잡고 뭐하는 거냐고 한심해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하지만 난 이 바이올린을 놓을 수 없었다.
오로지 6살 때 우연히 보았던 4살 연상의 피아니스트와 합주를 하기위해 필사적으로 바이올린만을 붙잡아오다 보니 어느덧 23세.
콩쿠르에는 이제 거의 안 나가게 되었지만 언제부터인지 자신의 모든 것이 되어버린 바이올린을 놓을 수 없었다. 아니, 놓지 못했다.
요즘에는 그저 간간히 연주앨범을 내며 조용한 공터나 공원 또는, 소꿉친구인 유우쨩의 피아노교실이 열리는 작은 연습실에서 연주가 하고 싶을 때마다 연주하는 것이 전부. 다른 것은 다 포기했지만 포기하지 않은 것은 단 하나.
하지만 나는 언제쯤이면 당신과 함께 연주를 해볼 수 있을까요...?
.
.
.
"어라? 유리군-! 비 오는데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어―. 오늘도 연습?"
"아, 응..연습실 써도 될까..?"
"유리라면 언제든지 오케이라고 했잖아~? 마침 오늘은 피아노교실도 쉬는 날이니 마음껏 사용해-"
"응. 고마워, 유우쨩."
웃으며 맞이해주는 유우코에게 옅은 미소로 답하며 연습실로 들어온 유리는 피아노앞에 앉아 바이올린을 꺼내들었다.
능숙하게 조율을 마친 바이올린을 어께에 얹고 처음 켜기 시작한 곡은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느긋하게 활을 놀리는 모습이 여느 때보다 평온해보여 지켜보던 유우코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제 할일을 하기 위해 조용히 자리를 벗어났다.
한참을 느긋하게 연주하던 유리가 문득 바이올린을 내려놓고 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재생시킨 그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쇼팽, 즉흥환상곡'. 특유의 빠른 선율을 느끼며 유리는 조용히 감상을 시작했다.
이리저리 음악리스트를 뒤져가며 곡을 듣던 유리가 빅토르의 연주를 듣다가 무언가 생각이 난 것인지 이어폰을 뽑고 스피커볼륨을 키워 연주를 크게 틀어둔 채 바이올린을 집어 들었다.
크라이슬러 ‘사랑의 기쁨’.
화려하고 경쾌한 왈츠의 선율이 연습실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찍었어?”
“ok, 찍었어.”
“아직 안 들켰지?”
“안 들켰어. 얼른 가서 올리자!”
평소 간간히 유리의 독주영상을 찍어 멋대로 sns계정까지 파다가 올리던 니시오고리네 음악 오타쿠 3자매가 유리가 눈치 채지 못하게 살짝 열었던 연습실 문을 닫고, 캠코더를 든 채 어디론가 부리나케 걸음을 옮겼다.
얼마 후, 이 3자매가 몰래 업로드 한, 빅토르의 연주에 맞춰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유리의 모습이 담긴 이 동영상은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퍼졌다.
“너희들!! 또 엄마계정 멋대로 가져다가..!!”
“미안, 유리. 우리 애들이 또 멋대로..”
“...아니, 한두 번 그러는 것도 아닌데 뭐..평소처럼 독주영상이 아닌 건 좀 께름칙하지만..큰 문제는 없겠지..좀 많이 퍼지고 있다는 것은 신경 쓰여도..응...”
조금 민망해하며 니시고오리의 사과를 받아들이던 이때의 유리는 알지 못했다.
이 동영상이 자신의 인생을 바꿀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란 사실을..
꿈에 그리던 그 사람과의 만남의 계기가 될 거란 사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