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님리퀘
-빅토카츠
-똥망주의
-캐붕주의
-사망소재있음
-독백을 리퀘로 주셨는데 독백이 아님;;
-절 매우치세요;;



"코치, 수고하셨습니다."

"유리는 정말로 제멋대로로구나?"

"네, 저 제멋대로 맞아요. 이 경기를 끝으로 은퇴하겠습니다."

"같이 금매달을 따자던 다짐은? 금메달을 따면 결혼하자는 약속은? 이 반지는 그저 장식이었던거야? 넌 이대로 더이상 싸울 생각이 없는거야, 유리?"

"빅토르가 있어서 제 경기인생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 할 수 있었어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네게 난,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존재인거구나?"

"그런게 아니라..!"

"알았어, 은퇴하고싶으면 해. 더이상 붙잡지 않을테니"



GPF가 끝나고 서로가 결정한 길을 존중해주려 했었으나 속상하다는듯 말을 늘어놓는 빅토르와 결국 다툰채로 헤어져버린 유리는 빅토르가 러시아로 떠나는 것도 배웅하지 않고 그길로 일본으로 돌아와 버렸다.
물론 배웅하지 않은것은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색함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이후 선수로 복귀한 빅토르가 간간히 연락을 먼저 해왔지만, 유리는 일절 답하지 않고 인스타 등 모든 연락망을 끊어버린채 빅토르와 일절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은퇴 이후, 은퇴절차라던가 기자회견등 바쁜일정을 소화해내고 가족들의 따뜻한 마중을 받으며 하세츠로 돌아온 유리는 온천여관의 일을 돕거나 아이스캐슬에서 스케이트 교실을 도우며 하루하루를 보내기 시작했지만 빅토르와 이별한 이후로는 빅토르와 관련된 기사나 빅토르의 경기영상은 전혀 보지 않게 되었다.



"유리! 빅토르 나오는데, 안볼거야?"

"저 바빠요...!"



이렇게 의도적으로 빅토르와 관련된 소식을 듣지 않으려고 유리는 노력한다.
자신과 헤어지고 나서 빅토르에게서 자신의 존재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게 무서워서 더더욱 필사적으로 소식을 외면했다.
그러나 이듬해, 듣고싶지는 않았지만 미나코에 의해 빅토르의 은퇴소식을 전해들은 유리는 빅토르에게 연락을 할지 말지 고민하다 결국 연락할 타이밍을 놓쳐 연락을 못함.

그로부터 얼마후.
유리는 비행기사고로 인한 빅토르의 사망소식을, 일본에 찾아온 유리오를 통해 듣게 되었다.
유리의 앞에 남겨둔 빅토르의 유품이라며 유리오가 들고온 것은 작은수첩 한권과 앨범, 그리고 빅토르가 생전에 타던 금색날의 스케이트화.



"만약 발견하게 된다면 네녀석에게 전해달라고, 그 바보가 수첩 맨 뒤에 적어둔 것을 보고 가져온거다."



카츠동,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마라. 마음 같아서는 옆에 있어주고 싶다만 나도 시즌중이라 가봐야해. 연락 종종할테니 제깍제깍 받고!!
엄청난 잔소리를 폭풍으로 쏟아내며, 욕은 욕대로 다하고있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걱정을 알기에 유리는 애써 웃으며 유리오를 배웅했다.
유리오가 떠나고 빅토르가 남긴 유품을 차마 살펴볼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유리는 큰맘먹고 앨범부터 펼쳤다.



"....에....? 이거 전부...나..?"



앨범에 들어있는건 전부 유리 본인이었다.
어디서 찾은것인지 주니어 시절부터 은퇴시즌의 그랑프리 파이널까지의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과 은퇴이후 간간히 국내 아이스쇼에 나가서 스케이트를 타던 모습, 빅토르와 보내던 8개월간 언제 찍었던 것인지 모를 일상속 웃고있는 유리의 모습들...
간간히 보이는 유리가 눈치채지 못하게 셀카를 찍으면서 은근슬쩍 유리가 보이도록 찍은 사진들, 은퇴이후 니시고오리네 3자매가 몰래 찍어 인스타에 올린듯해보이는 스케이트 교실에서의 모습들..
앨범을 넘길때마다 눈물이 나오려 하는것을 꾹 참던 유리는 이내 옆에 놓았던 수첩을 집어들어 한장 한장 넘기기 시작했다.


'그때 네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하고 헤어지는게 아니었어. 내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건 네가 상처받았다는 걸까? 연락이 되지 않는 네가 걱정되는 이마음은 힘든결정을 내린 네게 모진 소리를 내뱉고 돌아선 내게 내리는 벌일까?'
'내가 모르던 좀더 어릴때의 너에 대해서 찾아보았어. 어느시절의 너던 전부다 귀여워서..조금더 너와 빨리 만났으면 하는 날 발견하고 웃어버렸어. 이제는 지금의 너조차도 간간히 올라오는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는데..'
'오늘도 난 네가 내 손가락에 끼워줬던 반지에 키스하며 빌어. 네 목소리를 한번만이라도 듣게 해달라고..하지만 나는 신이 주신 너란 존재를 매정하게 내쳐버린 벌을 받고 있는거니까..듣지 못하리라는걸 알아..하지만 오늘도 빌고 있어..'

'1년. 너와 이별한지 어느덧 1년이 흘렀어..금메달을 땄지만 네가 곁에 없다는 사실이 날 더 슬프게 만들어..어느순간부터 네게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지만..용기를 가지고 널 만나러갈께..기다려줘..내가 사랑하는..하나뿐인 내 제자님.'

'널 만나러 가는길..하지만 비행기의 상태를 보니 난 널 만날 수 없을거란 예감이 들어.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네 목소리를 직접 듣고싶었는데..널 직접 내눈에 담아보고싶었는데..'


'부디 이 수첩을 발견하게 된다면..그에게 전달해주길..그가 나로 인해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미안해, 유리. 내 사랑하는 단 하나뿐인 사람..'



"욱...우읏...흑...비..빅토..르...빅토르...빅토르..빅토르...!"



빅토르에게 자신의 존재가 어떤 존재였는지, 그리고 저를 그리도 애타게 생각하던 그 빅토르가 그리도 생각하던 이를 두고 세상을 등진 이유가 고작 '자신이 애타게 생각하던 카츠키 유리, 자신을 만나러 오려다 사고를 당해서'였음을 깨달은 유리는 수첩을 끌어안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왜...왜 나같은게 뭐라고...빅토르에게 상처만 준 나같은게 뭐라고..!
나따위가 뭐라고 날 만나러 오다가 죽어..! 나따위는 잊어버리고 그냥 살면될텐데...!!!

정작 잊혀지면 어쩌나 더이상 빅토르에게 의미없는 존재이면 어쩌나 겁이나서 연락도 안하고 소식도 의도적으로 듣지 않았던 주제에 유리는 이럴거면 자기따윈 그냥 잊어버리지 그랬냐며, 실신할정도로 오랫동안 빅토르의 유품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울다울다 결국 실신해버린 이후로 유리는 그렇게 좋아하던 카츠동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잘 굶고, 밤마다 악몽을 꾸다 깨거나, 뜬눈으로 지새우며 점점 날이 갈수록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유우코녀석한테 다들었다! 이 바보가!!!! 야, 카츠동!! 너 진짜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라!]

"하하...안해, 안해. 그렇게 잔소리만 할꺼면 전화해도 안받을거다?"

[하아?! 웃기는소리하지마! 연락하면 제깍제깍받아! 조만간 일본 갈일 있으니까, 그때 다시연락할테니 받아라! 끊어!]




매번 걱정만 하던 유우코가 보다못해 유리오에게 연락을 한 것인지 전화해서 따따부따 험한말 가득한 잔소리만 쏟아붓는 유리오를 보며 유리는 쓰게 웃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제할말이 끝나기 무섭게 반박은 듣지 않겠다는듯 끊어버리는 모습도 유리오답다고 느끼며 유리는 침대위에 드러누웠다.

오늘따라 '그'가 너무 보고싶었다.

.
.
.

유리오의 험한 말가득한 잔소리를 간간히 들으며 살아움직이는 시체처럼 하루를 보내던 어느날..
굉장히 깔끔하고 멀쩡한 상태로 저녁늦게 링크장에 나온 유리를 보며 유우코는 의아해 하면서도 반갑게 맞았다.



"오늘은 상태가 좀 좋아보이네?"

"아..응..저기, 링크 좀 써도될까?"

"물론이지! 혼자서 타고싶은거지? 마음껏 써!"

"응..혼자 생각할거가 있으니까..유우짱도 볼일봐.."

"응? 아, 응. 알겠어"



스케이트화로 갈아신고 링크에 올라선 유리는 조용히 빙판위를 미끄러지다가 이내 무언가 결심한 얼굴로 휴대폰으로 음악을 재생했다.
곡명 '離れずにそばにいて'. 빅토르의 FS중 하나로, 유리와 빅토르가 인연을 맺게 해준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준 프로그램.
아무도 없는 링크장에서 조용히 그 프로그램을 연기해보인 유리는 뒤이어 바로 시작되는 곡에 맞춰서 그동안 틈틈이 연습해오던, 자신이 구상한 단하나의 프로그램을 연기하기 시작함.
곡명은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이제는 이세상에 없는, 사랑했었으며 아직도 사랑하고 있는..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사랑한다는 말을 들려줄수가 없게 되어버린 이에게 바치는 마지막 연기..
눈물을 흘리며 혼신을 다해 연기한 유리는 결국 주저 앉아 울다가 눈물을 닦고 링크장을 나왔다.



"정말로 혼자갈 수 있겠어?"

"응, 걱정하지 말래도..?"

"걱정시킬 행동을 하니까 걱정하는거라구.."

"잠깐 바닷바람좀 쐬다 들어갈 생각이니까..나 이만 갈께, 유우쨩"

"응..! 조심해서 들어가고!!"



링크장에서 나오면서부터 어딘가 불안해보이는 유리의 모습이 걸렸지만 유우코는 애써 웃으며 유리를 배웅했다.

쏴아-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바닷가에서 유리는 조용히 빅토르와 함께 행복했던 8개월간의 추억을 곱씹었다.


그는...너무 일찍왔다고 한소리 화를낼까, 왜이렇게 말랐냐고 걱정할까, 아니면 어서오라고 웃어줄까..?



그 다음날 은퇴했던 피겨선수 카츠키 유리가 바닷바람을 쐬러 간다며 밤늦게 링크장을 나서고 그대로 실종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보고싶어.
나도 사랑해요, 빅토르...
우리..꼭 다시 만나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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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 / 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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